80년대 초반만 해도 엄격한 교복과 두발 규정 때문에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될 만큼 똑같은 모습이 학생다움으로 여겨지던 때라 졸업 후 하고 싶은 것 일 순위가 획일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머리모양이었던 것 같습니다.
친구 중에는 대입 학력고사가 끝나자마자 성급하게 뽀글이 파마를 한 친구도 있었습니다. 담임선생님은 머리 원상 복귀 없인 절대로 원서를 써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아 그 친구는 비싼 돈 주고 한 파마머리를 풀고서야 대입원서를 접수시킬 수 있었습니다.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‘뭐가 급하다고 그랬는지 몰라’하며 웃음이 터지지만 두발 자율화라는 신세계가 열렸을 때도 동네 미장원에 친구들과 몰려가 핑클파마를 했던 걸 보면 그 당시 우리에게 파마는 규제에 대한 분풀이요 일종의 해방의 상징이었는지 모릅니다.